박승진 텍스트_북 

park seung jin text_book


발행처    |design studio loci 

북디자인 | 연장통

종이       | 한솔피앤에스

제작       | 오케이피앤씨


가로 120mm, 세로 170mm

412쪽, 누드양장제본

2021년 3월1일 초판1쇄 발행 

ISBN 979-11-958961-3-4 (02520)

쓰기의 기록




묵은 글들을 꺼내서 정렬해 본다.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었다지만 잘 작동할지 걱정이 앞섰다.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니 파일들을 잘 살피게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접하는 문장은 두서도 없고, 곳곳에서 낯간지러운 감정이 드러나기도 해서 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래서 글이 아니라 기록으로 여기기로 했다. 기록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정리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삼 년 전, 일과 일상을 넘나드는 이미지들을 모아 만든 'design studio loci 10년의 작업기록, 도큐멘테이션 2007-2017 ' 『DOCUMENTATION』을 묶었다. 기왕 기록을 모으기로 했으니 '쓰기의 기록'도 같이 낼까 했는데, 그때는 여력이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된 것들이라서, 다시 모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제는 좀 뻔뻔해져서 일을 벌이게 되었다.


첫 번째 글은 2000년 조경비평을 위한 무크지 『LOCUS』 여름호에 실린 것이며, 마지막 글은 작년 10월에 조경 분야의 전문 잡지인 『환경과조경』에 쓴 글이다. 그 사이의 원고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니 대략 40여 편이다. 글의 성격도 각양각색이고, 짧은 칼럼에서부터 괜히 면수만 차지하는 긴 글도 몇 편 있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들은 지나치게 실무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기록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몇 개를 빼고 39편을 기록의 순서대로 묶었다. 매체에 실린 원문에는 사진이나 그림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했다. 대신 각 편마다 가름면을 두고 여기에 당시 원고가 실린 지면에 대한 정보를 밝혀두었다.


코로나에 갇혀 지낸지 1년이 되었고, 한낮의 기온이 봄날 같은 새해 1월이 지나고 있다. 기록을 정리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으로 잠시나마 바이러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본다. 그래, 그때는 그랬구나. 꽤 많은 글들이 자연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새삼 조경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지구에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글이라는 형식을 빌어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지도.


잔소리리는 아주 가끔 효력을 발생하니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다.

가족들의 관심은 이제 나의 게으름을 깨우치는 동력이 된다.

고마운 일이다. 글으 쓰고 책으로 엮기까지 많은 분들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1년 또 한 해를 시작하며

박승진